영화/영화리뷰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 해피투게더 속 장과 아휘의 관계

새록리뷰 2021. 2. 17. 22:54

2021/02/17 - [영화/영화리뷰] -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 해피투게더에서 통편집 된 캐릭터 두 명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 해피투게더에서 통편집 된 캐릭터 두 명

<해피 투게더>를 보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도 세트로 예매를 해뒀다. 누군가는 후속이라고 하고, 누군가는메이킹 필름이라고 해서 뭔지 궁금했다. 오늘 보고 오니 이 영화에는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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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이어 두 번째로 쓰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글이다. <해피 투게더>의 메이킹 다큐이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도 <해피 투게더>의 스포가 다분히 포함될 예정이다.

<해피 투게더>의 중반부에 '장'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나는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듯 장이 나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결말부에 가서 장과 아휘의 관계는 무엇이었는지 언제부터 감정이 발전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를 통해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앞선 글에서 캐릭터 두 명이 통째로 날아갔듯이, 영화 촬영 중 변동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장이라는 캐릭터도 촬영 중에 새롭게 고안된 인물이었다. 그 지역에 중앙식당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장이라는 인물 서사를 떠올리고 아휘와 장이 일하는 촬영 장소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이 떠나기 전 아휘와 헤어지면서 둘은 뜨거운 포옹을 한다. 나는 그 안에 어떤 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악수와 포옹하는 장면에서 프레임이 달라지는 장면에서 그렇다고 느꼈다. 단순히 친구로서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시작하기 전에 끝내야 하는 사랑의 감정이 있었다. 아휘는 보영이를 잊지 못 한 게 더 컸고. 장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불분명했다. 

 

장은 아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자연스러웠다. 아휘가 전화하는 소리를 듣고 상대가 연인임을 짐작하고, 몰래 전화를 받다 그의 연인이 남자임을 알게 된다. 그 이후 자신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과 애정어린 행동들이 보인다. 축구를 하며 몸이 부딪치는 씬들도 괜히 넣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휘는 언제부터였을까?

 

장이 아휘와 술을 마시고 취한 아휘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장은 이부자리를 정리해주고 짐을 챙겨 나간다. 하지만 삭제된 장면에서는 장이 방을 둘러보다 옷장을 뒤져보고, 아휘의 노란색 가죽자켓을 꺼내 입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잠에서 깬 아휘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 보영을 떠올린다. 실제로 그 장면에서 장에게 보영이 오버랩 되는데 그 장면이 애절하게 느껴졌다. 장이 가고 나서 아휘도 그 옷을 꺼내 냄새도 맡아보고 자신에게 걸쳐도 본다. 보영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장에게서 보영의 모습이 느껴져 관심이 옮아간 것이다. 

 

결국, 아휘는 시종일관 보영이었다. 전 글에서는 통편집된 아휘를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 두 명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 인물들은 편집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보영의 그림자에 짙게 드리워졌던 아휘가, 보영을 닮은 그러나 보영과는 다른 장에게 마음을 열며 새로운 도약을 하는 모습이 좋았다. 아마 아휘는 보영 생각이 나면 장을 찾아갈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에서는 등대에 찾아간 이후 장의 모습도 살짝 다룬다. 그는 세상에 끝에 가서 여행을 계속할 지, 그만둘 지 생각하다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면 아휘와 장은 다시 만날 수 없으려나. 셜리와 장이 나오는 장면이었던가 '어떤 사람은 영영 가까워질 수 없다'라는 말이 나왔다. 정확하게 옮긴 건 아니긴 한데 전날에 봤던 <타락천사>에서도 나왔던 말이었던 지라 어, 이거? 했던 기억이 난다. 왕가위 세계관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옆에 있어도 모르는 인연과, 아주 멀리 있어도 눈에 선한 인연들. 그래서 일까 왕가위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은 영화가 끝이 아니라 진행형인 것만 같다. 이 감정 그대로 <해피 투게더>를 한 번 더 보고싶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면 그들의 흔적이 있을 것만 같다.

 

1시간 남짓으로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하니 지금 극장에서 상영할 때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해피 투게더>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왕가위 감독의 영화 제작 방식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할 영화이다. 


사진 출처는 모두 다음 영화다. 오래된 영화인지라 공식 스틸컷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해외 사이트보다 다음 영화에 더 많이 있었다.

 

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29403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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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54

 

해피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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