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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 나는 미치광이와 결혼했다

새록리뷰 2021. 3. 18. 18:36

바로 전에 작성했던 '사랑이 들리시나요?'에 이어 두 번째 필리핀 영화 후기를 작성한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거짓말'은 여성 감독이 젠더 이슈를 스릴러에 담아 제작했다고 해서 관심이 갔던 작품이다.

저는 아세안 영화주간 오프라인 상영에 방문하여 관람했지만, 온라인에서도 3월 18일까지 네이버TV를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3월 25일까지 관람 가능한 것도 있어요. 관람 링크는 줄거리 뒤에 첨부하겠습니다 :)

 

거짓말(Untrue), 2019

출처 : 아세안문화원

줄거리 (스포 X)

"나는 미치광이와 결혼했어요."

딱 위의 사진과 같이 얼굴에 상처를 입은 마라가 경찰관 앞에서 자신과 남편 사이의 일을 회고한다. 필리핀인이 고작 3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낯선 땅, 조지아에서 우연히 사랑에 빠졌다는 두 사람. 하지만, 남편 호아킴은 가끔씩 교복입은 소녀가 보인다며 발작을 일으키고, 불안 증세가 폭력적인 행위로 이어진다.

 

"나는 미치광이와 결혼했어요."

호아킴도 상담사 앞에 앉았다. 그가 하는 말도 마라와 같다. 호아킴에 말에 의하면 둘이 겪은 일은 이때까지 마라가 이야기한 것과 정반대라는 것.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온라인 관람 링크
 

[KO/EN] 제2회 아세안 영화주간 상영작 <거짓말 Untrue>

제2회 아세안 영화주간 | *본 상영작은 3/18(목) 까지 온라인으로 상영됩니다. This film is available until 3/18(Thu). Philippines | Drama/Thriller | 2019 | 105min | Color | 18 Dir. 시그리드 안드레아 베르나르도 Sigrid And

tv.naver.com

 

오프라인 관람 예매처
 

영화의전당 > 영화 > 현재상영프로그램 > 현재상영프로그램

 > 영화  > 현재상영프로그램  > 현재상영프로그램 인쇄 --> 현재상영프로그램 현재상영프로그램 리스트 입니다.

www.dureraum.org

부산에 거주하신 분이라면, 다가오는 토요일 영화의 전당 오프라인 관람을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상평 (스포 O)

젠더 이슈를 담고 있다고 해서, 남편인 호아킴이 가정폭력을 했을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언제쯤 반전이 일어날까 하고 보았는데. 호아킴의 상담 장면 이후 예측을 뒤엎었다. 근데 이 마저도 호아킴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다. 그후, 밝혀지는 호아킴의 과거는 더욱 충격적이다. 바로, 마라의 동생이었던 아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 사랑하지 않으면서 미성숙한 학생임을 이용하여 줄로 묶고, 나체 영상을 촬영하는 등 강압적인 성관계를 맺었다. 이런 문제가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 영상은 아나가 휴대폰을 잃어버리면서 학교로 퍼지게 된다. 호아킴은 그러게 왜 잃어버렸냐며 탓하지만 애초에 싫다는 걸 찍은 사람이 잘못이라는 걸 확실히 이야기하고 싶다. 

젠더 이슈는 아나와 호아킴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마라와 호아킴의 이야기를 뒤집어 보여주었을 때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 마라와 호아킴의 관계는 "괜찮아"보였다. 그런데, 둘의 뒤바뀐 모습은 낯설게 느껴진다. 왜 일까. 똑같이 한쪽은 권위적이고, 한쪽은 수동적이다. 그런데 후자의 장면들에선 상영관 내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성별에 부여된 성격의 고정관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자가점검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성별 고정관념을 반대로 보여주는 건 프랑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와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연인들의 관계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극 중 관계는 복수로 얽혀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뚝 떼놓고 보면 여성도 강압적인 성격을 가질 수도 있고 남성도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자는 거다.

 

가해자인 호아킴이 과거의 사건을 덮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낼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모든 걸 잊고 번듯하게 지낸다면 희대의 악역이 되겠고, 죄책감에 매일 시달린다면 가해자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날까 싶었는데, 마라가 직접 응징하는 것으로 끝나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마라의 모든 것을 내건 복수였으니까. 근데 피해자인 동생의 음성을 녹음한 것인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마라가 스피커를 통해 음성을 틀고 교복을 입는 등 사건을 복기하는 과정이 광기어리게 그려지긴 했다. 피해자를 재현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더 고통을 줄 순 없었을까? 하는 생각. 영화는 영화지만 말이다.

 

왜 배경이 하필 조지아였을까 생각해봤다. 제작진이 언제 어디서든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그 도시에 이끌렸던 걸까, 아니면 종종 길가에서 노래하던 남성 4중창을 등장시키기 위함이었을까? (평소에 이런 기법을 좋아하긴 하는데 여기서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필리핀인이 드문 공간이라 마라와 호아킴 둘을 연결시키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되어준 것 같기도 하다. 관객 입장에서도 다른 인물들은 눈에 안 들어오고 이 둘만 보였으니까. 아무튼, 나는 조지아라서 본 것도 있긴 하다. 아, 두 사람이 조지아의 어머니 상을 보고 왔었고 나중에 마라가 어머니 상에 꽂혀있던 칼로 호아킴을 응징한 것이 조지아가 배경이 된 근거를 조금 더 보태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마라가 집에 갈 때 불이 깜빡이고 호아킴이 슬슬 성격의 변화를 보이며 스릴러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했는데, 진짜 스릴러는 뒤에 나오는 마라의 복수에 있었다는 것에 있어 관객을 잘 속였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관람했기에 추천하는 영화다.

 

덧붙이자면, 캐릭터를 떠나서 배우 본캐가 둘 다 너무 매력적이다🤭 영화보고 이것저것 찾아봤다... 둘이 같이 하는 인터뷰 케미도 좋고 귀여우니까 같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