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화리뷰

사랑이 들리시나요? | 천천히 전해지는 마음

새록리뷰 2021. 3. 17. 00:21

요즘 언어 교환 앱 Slowly를 통해 필리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삿말 수준이지만 타갈로그어를 하나둘 배우고(Kumusta!), 필리핀의 좋은 밴드(Ben&Ben의 Araw Araw를 들어보세요ㅠㅠ)들도 알게 되어 음악을 듣다보니 어느새 필리핀에 관심이 생겼다. 이번 아세안 영화주간 상영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가 필리핀 작품인 <사랑이 들리시나요?>였다. 필리핀 원제는 <Isa Pa, with Feelings>이다. 

 

출처 : IMDB

포스터만 봐도 예쁘죠? 포스터보고 이거 완전 내 취향인데? 하시는 분들 보시면 포스터에 배신당할 일은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로맨스에 생각할 거리가 더해져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영화는 3/25(목)까지 네이버TV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감상평 뒤에 링크를 첨부해두겠습니다.

 

줄거리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아래 감상평으로 넘어가주세요!)

마라는 준비하던 건축사 시험에서 떨어진다. 회사에서도 가족에게서도 신임을 받고 있었고, 마라 본인도 자신이 있었던 시험이었다. 우울에 빠져 지낼 때, 마라는 갈리와 가까워진다. 옆집 남자이자, 청각 장애인이고, 수어 선생님인 갈리. 둘은 차츰차츰 많은 일들을 함께 한다. 하지만, 갈리는 연인이 되기를 기피한다. 

과거 연인이었던 아니타와 결혼식에서 함께 춤을 추려고 했지만, 아니타와 갈리는 청인과 농인 사이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헤어졌다. 갈리는 들리지 않아도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내고 싶어했다. 마라는 갈리와 함께 해주었다. 소리를 진동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게 해주었다.

마라만 갈리와 함께 해준 게 아니었다. 갈리도 마라가 힘들 때마다 함께였다.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직장 동료들을 다시 만날 때. 너무 서로만 위해주다 결국 터져버리는 사건이 있었지만, 그 후 대화를 통해 서로는 진심을 확인한다. 어느덧, 둘이 춤을 추기로 한 무대 일자가 다가왔다. 놓치는 순간도 있었지만 눈으로, 손으로 그리고 함께 한 순간들로 둘은 춤을 완성시킨다.

마라의 진로는 어떻게 되는 건지, 갈리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은 아닌지. 둘의 앞날은 모른다.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변수가 좀 있다. 그렇지만, 둘이 확인한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감상평

이런 영화를 오랜만에 봤다. 불같은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도 아닌 서로에게 진중한 관계가 되어주는 사랑 이야기. 한순간 감정에 혹해 성급하게 시작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진지하게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보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스피커에 손을 대고 진동을 느끼는 것이 갈리의 입장에서 표현될 때, 심장 박동과 비슷해서 마라에 대한 사랑으로 비유되는 장면이 좋았다. 다만, 청각 장애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청각 장애인 관객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은데 자막에서 이런 것들을 표현해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대학교에 다니며 장애학생도우미 활동을 약 1년간 했었다. 첫 학기에는 청각 장애인인 친구의 대필을 맡았었다. 친구는 수술을 했었고, 보청기를 부착하고 있어 약간 들을 수 있었다. 수화는 할 줄 몰랐고, 입모양으로 말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맨 처음에 대필을 맡을 때, 내가 수화를 하지 못 하는데 어떻게 소통할까 했는데 그건 오해였다.

최근 <스캄 프랑스> 시즌5를 봤었다. 시즌5에는 사고로 청각 장애인이 된 아르튀르가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인인 노에와 만나며 그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도 <사랑이 들리시나요?>처럼 청각 장애인 입장에서 세상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효과로 나타내주는 장면들이 있다. 이런 표현들이 비장애인에게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보청기를 사용하면 들을 수 있는 지, 수화를 할 줄 아는 지, 입모양으로 말을 읽을 수 있는지, 말을 할 수 있는 지. 청각 장애인도 장애에 대해 제각각 다른 상태와 이유를 지니고 있다. <사랑이 들리시나요?>에서도 짧게 나마 파티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청각 장애인이 등장했었고, 교육 기관이 부족해서 수화를 배울 수 없는 상황 같은 것들을 다뤄주었다. 가시화되지 않으면 모른다. TV와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 장애를 다루고 있는 많은 콘텐츠들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려서부터 함께 할 기회가 많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함께 해야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것도 어떤 일들을 겪고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부끄럽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기도 하고 그렇다.

 

영화 감상 링크
 

[KO/EN] 제2회 아세안 영화주간 상영작 <사랑이 들리시나요? Isa Pa with Feelings>

제2회 아세안 영화주간 | The Philippines | Romance | 2019 | 102min | Color | 12 Dir. 프라임 크루즈 Prime Cruz 건축가 자격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낙담한 청년이 청각장애가 있어도 여느 사람들처럼 춤출 수 있다

tv.naver.com

슬슬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신다면, 위의 링크로! 이미 보신 분이라면, 아래 삽입곡을 들으시며 영화의 여운을 즐기시길 바라요 :)

 

삽입곡

1. 마라가 노래들으며 춤추던 노래

 

2. 둘의 테마 & 엔딩 크레딧 첫 번째 노래

 

3. 엔딩 크레딧 두 번째 노래